DART IN|이주의 칼럼 · 2026-10-30
투자 · 이주의 칼럼2026-10-30 (금)제1호
칼럼

HD현대 19회 EB — 과반에서 1주 남기고 거꾸로 짠 5,887억, 0% 이자의 진짜 값

다트인 칼럼 · DART 원문 숫자 + 보도 맥락 + 다트인 계산·추정(가정 명시)

2026-10-27 HD현대가 결정한 19회 교환사채는 조건마다 이상합니다. 5,887억 원을 0% 이자에 빌리면서, 교환대상으로 내건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주식의 교환가를 247,000원으로 잡았어요. 공시상 할증은 30%지만 발표일 종가(176,700원, 보도) 대비로는 39.8% 위이고, 리픽싱도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투자증권 · 키움증권 · KB증권이 전부 받아 갔어요.

보도와 원문 숫자를 엮어 보면 이 이상한 조건들은 하나의 설계로 설명됩니다. 출발점은 돈이 아니라 '내줄 수 있는 주식 수'였습니다.

① 왜 이 숫자인가 — 과반선에서 거꾸로 계산한 딜

HD현대가 가진 마린솔루션 주식은 2,480만 주(55.32%, DART 2026 반기보고서)입니다. 교환대상 2,383,269주를 전부 내주면 22,416,731주가 남는데, 이게 과반 기준선(마린솔루션 주식 총수 44,833,460주의 절반 22,416,730주, DART 2026 반기보고서)보다 정확히 1주 많아요. 경영권을 지키면서 내줄 수 있는 최대치가 먼저 정해졌다는 뜻입니다.

그다음은 곱셈입니다. 2,383,269주 × 247,000원 = 5,886억 6,744만 원. 권면이 갚을 돈(6,000억 원)보다 113억 원 모자란 어정쩡한 숫자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주식 수에 상한이 걸려 있으니, 같은 주식으로 돈을 최대한 받으려면 할증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룹 앞선 EB들이 기준주가의 110~115%였던 데 비해 이번이 130%인 이유를 이렇게 읽을 수 있어요(앞선 EB 할증은 보도 기준).

시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마린솔루션은 2026-10-26 3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인수비용·환율 영향, 보도) 하루에 14.35% 빠졌고, 이사회는 바로 다음 날 열렸어요. 교환가의 기준주가는 1개월·1주일·최근일 평균 중 높은 값이라, 쇼크 이전 가격이 대부분 반영된 189,895원(보도 기준)으로 정해졌습니다. 만약 10/26 종가 168,300원을 기준으로 같은 30%를 얹었다면 교환가는 218,790원, 내줄 주식은 약 269만 주가 되고 HD현대 지분은 과반 아래로 내려갑니다(다트인 계산). 결과적으로 이 일정이 '과반 + 1주' 설계를 지켜 준 셈이에요.

② 왜 지금인가 — 현금 149억과 1년 안의 5,950억

HD현대의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6년 6월 말 148.7억 원이고(DART 2026 반기보고서),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은 5,950억 원이었습니다(보도 기준). 상환 대상 5건은 2027년 2월~11월 만기이고 가중평균 금리는 연 3.86%예요. 그중 산업은행 3,200억 원은 2026-07-14에 실행된 대출로, 석 달 만에 상환 대상이 됐습니다. 브리지 대출로 시간을 벌고 EB로 갈아타는, 계획된 순서로 읽힙니다.

같은 238만 주를 시장에서 블록으로 팔았다면 발표일 종가 기준 약 4,211억 원입니다. EB로는 약 1,676억 원을 더 받았어요(보도 기준). 지금 주식을 파는 대신 '3년 뒤 가격'으로 미리 판 셈이고, 그동안 지분과 의결권은 그대로 남습니다.

③ 증권사가 산 것 — 이자가 아니라 변동성

인수 증권사가 포기한 건 3년치 이자입니다. 2029-11-26부터 원금 100% 풋이 있으니 원금은 사실상 지켜지고, 연 3~3.86%로 할인하면 권면의 약 8~11%를 내준 셈이에요(다트인 계산).

대신 받은 건 마린솔루션 콜옵션이고, 이 종목은 변동성이 큽니다. 2025-02 이후 일별 종가로 잰 연환산 변동성은 58~66%이고, 같은 기간 126,700원에서 280,500원 사이를 오갔어요(키움 일별 자료 · 다트인 계산). 이 정도 변동성이면 시장가보다 40~50% 위의 콜도 싸지 않습니다. 3년짜리로 대략 따지면 권면의 13~20%(블랙-숄즈 · 변동성 45~60% · 무위험금리 3% · 배당 미반영 · 다트인 추정)예요. 이자 8~11%를 내주고 13~20%짜리 옵션을 산 거래라면, '이상한 조건'은 오히려 계산이 맞는 조건입니다.

키움증권은 인수한 2,000억 원 전액을 기관투자자에게 다시 팔 계획이라고 보도됐어요. 최종 보유자가 헤지를 하는 기관이라면, 그 헤지는 마린솔루션 주식 시장에서 이뤄집니다.

④ 마린솔루션 주주가 볼 것 — 헤지 물량과 교환 물량, 두 겹

옵션 민감도(델타)를 0.5~0.6으로 보면 완전 헤지에 필요한 공매도는 117만~139만 주로, 최근 20거래일 하루 평균 거래량(약 10.5만 주)의 11~13일치입니다(다트인 추정 · 모델 가정).

실제 공매도는 2026-10-26 35,360주로 직전 4거래일 평균(약 5,450주)의 6.5배였고, 10/27~10/29는 17,003 · 25,912 · 13,019주였어요(키움 공매도 일별 자료 · 10/28~10/29 값은 장 마감 직후 수집한 잠정치). 다만 10/26은 3분기 실적 쇼크로 주가가 14.35% 빠진 날이라, 이 공매도를 EB 헤지와 구분할 방법은 공시에 없습니다. 나흘 합계 약 9.1만 주는 위 추정치의 8% 수준이라, 헤지가 있다면 블록·대차 같은 다른 경로이거나 납입(2026-11-26) 전후로 남아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마린솔루션 주주에게 이 EB는 두 겹의 물량이에요. 가까이는 납입 전후의 헤지 매도, 멀리는 247,000원 위에서만 나오는 238만 주. 주가가 오를수록 델타가 커져 헤지 매도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 교환가에 가까워지는 구간에서 공급이 두 겹으로 쌓입니다.

⑤ 그룹의 EB 벽 — 2027~2029년에 풋이 몰린다

이 딜을 따로 떼어 보면 영리한 차환이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같은 방식이 쌓이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6년 3월 HD현대중공업 주식으로 15억 5천만 달러(약 2.37조 원) EB를 냈는데, 교환가 523,125원에 비해 현대중공업 주가가 10월 29만 원대까지 내려와 2028년 5월 풋이 상환 부담으로 거론되고 있어요. 같은 기사는 지난해 발행된 1회차 EB 잔액 3,100억 원도 2027년 3월부터 풋이 가능하다고 전했어요(발행 주체는 기사에 명시되지 않음).

여기에 마린솔루션 EB 5,887억 원의 첫 풋(2029-11-26)이 더해집니다. 2024년 HD현대일렉트릭 EB처럼 주가가 오르면 이 빚은 지분으로 갚아지고(그때는 약 91%가 교환됐다), 오르지 않으면 3년 뒤 현금으로 돌아와요. 0% EB는 주가가 오르지 않는 시나리오에선 만기가 짧은 빚과 같습니다.

⑥ 개인 투자자 관점 — HD현대 · HD한국조선해양 · 현대중공업 · 마린솔루션을 어떻게 볼까

EB는 사모라 살 수 없지만, 이 거래에 묶인 상장 종목 네 개는 매일 사고팔립니다. 2026-10-29 종가 기준으로 넷 다 2026년 고점에서 크게 내려와 있어요 — HD현대 140,900원(고점 대비 −55%), HD한국조선해양 233,000원(−51% · 연중 최저), HD현대중공업 271,500원(−64% · 연중 최저), HD현대마린솔루션 164,800원(−41%)(KRX 종가 · 키움 일봉 · 다트인 계산). 이 상태에서 EB가 각 종목에 주는 의미는 위치에 따라 정반대입니다.

지주 쪽 — HD현대 · HD한국조선해양. 두 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0% EB를 낸 '발행사'입니다. 구조로 보면 자회사 주가의 상승분 일부를 이미 팔아 둔 상태예요. 자회사가 교환가를 넘어 오르면 그 위의 상승은 지분 이전으로 빠져나가고, 반대로 오르지 않으면 하락은 그대로 떠안은 채 풋 시점에 현금 상환 부담이 돌아옵니다. 상승은 일부 덜고 하락은 그대로인 비대칭이에요.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EB(약 2.37조 원, 교환가 523,125원)의 풋이 2028년 5월부터 열리는데(보도 기준), 현대중공업이 교환가까지 가려면 지금보다 93% 올라야 합니다. 지주 종목을 볼 때는 자회사 주가뿐 아니라 '자회사 주가가 교환가 아래에 머물 때 풋 시점에 얼마의 현금이 필요한가'를 같이 계산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HD현대는 이번 EB로 연 230억 원 안팎의 이자를 덜지만(보도 기준), 2029-11 풋 5,887억 원이 새로 생겼어요.

자회사 쪽 — HD현대중공업 · HD현대마린솔루션. 두 종목에게 EB는 '교환가 위에서만 나오는 공급'입니다. 현대중공업은 교환가가 지금보다 93% 위, 마린솔루션은 50% 위라 교환 물량은 당장의 변수가 아니에요. 가까운 변수는 헤지 흐름입니다. 마린솔루션은 납입(2026-11-26) 전후로 EB를 산 기관의 헤지 매도가 나올 수 있는 구간이고(규모 추정은 ④), 반대로 주가가 교환가 쪽으로 올라갈수록 헤지 매도와 교환 물량이 함께 늘어 상승 속도를 늦추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교환가(마린 247,000원 · 현대중공업 523,125원)와 조기상환 조건가(마린 321,100원)는 차트의 저항선처럼 기억해 둘 만합니다.

종목별로 확인할 날짜와 가격선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HD현대는 자기 주가보다 마린솔루션 가격선(247,000원 · 321,100원)이 EB의 운명을 정하고, 날짜로는 2026-11-26 납입(5,887억 원 유입), 2027년 2~11월 기존 차입 5건 상환(이자 절감이 실제로 반영되는지), 2029-11-26 첫 풋이 있어요.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교환가 523,125원이 가격선이고 2028년 5월 첫 풋(약 2.37조 원, 보도 기준)이 날짜입니다. 현대중공업의 교환 물량 453만여 주(발행주식의 4.32%, 보도 기준)는 최근 20거래일 하루 평균 거래량(약 33.3만 주)의 약 13.6일치, 마린솔루션의 238만 주는 하루 평균 거래량(약 10.6만 주)의 약 22일치로, 거래량에 견준 물량 부담은 마린솔루션 쪽이 더 무겁습니다. 최근 2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도 마린솔루션이 10.8%로 네 종목 중 가장 높고, 현대중공업 8.6% · HD현대 5.9% · HD한국조선해양 5.8% 순이에요(키움 일별 자료 · 다트인 계산).

시간축으로 나눠 보면 관점이 더 분명해집니다. 단기(2026년 11월 말까지)는 마린솔루션의 수급 구간이에요. 실적 쇼크 직후에 EB 납입과 헤지 흐름이 겹치는 시기라, 주가가 실적보다 수급에 더 흔들릴 수 있습니다. 중기(2027년)는 HD현대 쪽 이벤트입니다. 기존 차입이 실제로 상환되면 지주 별도 기준 이자비용이 연 230억 원 안팎(보도 기준) 줄어드는지가 숫자로 확인돼요. 장기(2028-05 · 2029-11)는 그룹 지주들의 풋 시점이고, 그 전에 자회사 주가가 교환가에 다가가느냐가 지주 종목의 가장 큰 변수입니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이해가 엇갈린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 자회사 주가 상승은 지주에게는 '빚을 주식으로 갚게 되는' 일이지만, 자회사 주주에게는 교환가 근처의 공급 부담입니다. 지주 두 종목의 2026년 하락폭(−55% · −51%)에 이 풋 부담이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는 숫자만으로 가를 수 없어, 이 부분은 판단의 영역으로 남습니다.

두 시나리오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조선·해운 업황이 살아나 자회사 주가가 교환가를 넘는 경우, 지주들의 EB 빚은 주식으로 갚아져 현금 부담이 사라지는 대신 자회사 지분이 줄고, 자회사 주가에는 교환가 근처에서 공급이 붙습니다. 주가가 지금 자리에 머무는 경우, 2028-05(현대중공업 EB) · 2029-11(마린솔루션 EB) 풋이 그룹 지주들의 현금 이벤트가 되고, 그 재원을 위해 추가 지분 유동화나 차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지주 종목의 부담 요인으로 남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주 종목은 '자회사 주가 + EB 풋 일정'을, 자회사 종목은 '교환가와의 거리 + 납입 전후 헤지'를 함께 보는 게 이 거래가 개인 투자자에게 주는 실전 체크리스트예요.

⑦ 정리 — 이 거래의 진짜 금리는 마린솔루션 주가가 정한다

HD현대는 현금 149억 원으로 1년 안의 5,950억 원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에, 과반을 1주 남기는 선까지 자회사 주식을 내걸고, 실적 쇼크 직전 가격을 기준으로 30%를 얹어 무이자 자금을 만들었습니다. 증권사와 그 뒤의 기관은 이자 대신 변동성을 샀고요. 마린솔루션이 321,100원(교환가의 130%)을 10거래일 연속 넘기면 HD현대는 조기상환으로 교환을 앞당길 수 있고, 첫 풋까지 247,000원 아래면 5,887억 원이 현금으로 돌아옵니다. 0% 금리는 공짜가 아니라, 그 값을 무엇으로 언제 낼지를 마린솔루션 주가에 맡겨 둔 계약입니다.

DART 원문
  1. HD현대 19회 EB · 주요사항보고서(교환사채권발행결정) · 2026-10-27 · 20261027000277
칼럼은 공시 원문 숫자에 보도 맥락과 다트인의 해석을 더한 글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보도 숫자와 다트인 계산은 문장 안에 따로 표시했습니다.